노동자들의 작업부츠에서 장르를 불문하는 패션 아이템이 되기까지-

영국을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로 잘 알려진 닥터마틴은, 독일의 군의관이었던 클라우스 마틴박사가 전쟁 중 발에 부상을 입고 딱딱한 군화에 불편함을 느낀데서 시작했습니다. 마틴박사는 이후 군대에서 버려진 고무와 가죽을 활용해 에어쿠션 솔을 부착한 신발을 생산했는데요. 미적 기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일반 대중들로부터 외면받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한계를 느낀 마틴 박사는 1960년, 영국의 신발회사 그릭스 가문에 독점 라이선스를 넘기게 됩니다. 그릭스가(家)는 발에 편안함을 선사한다는 의미로 의사를 뜻하는 '닥터'와 창립자 '마틴'의 이름을 붙여 '닥터마틴'을 탄생시켰는데요. 이것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닥터마틴의 시작입니다.

1960년 영국의 문화 격변과 사회혁명의 시기를 지나온 닥터마틴은 그 시대 노동자 계층 스킨헤드에 의해 급속도로 퍼져나갔는데요. 이때 전설적인 록 그룹 더 후(The Who)의 기타리스트에 의해 하위문화의 본질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1970년 들어서 영국 펑크록, 뉴웨이브 뮤지션과 반정부 조직의 대부분이 닥터마틴을 지지하면서 대표적인 자아 표현의 상징이 되었죠. 80년대부터는 미국 하위문화에도 자유와 저항의 아이콘으로 영향을 미쳤으며, 90년대에는 다양한 음악 장르에서 부츠를 받아들이면서 뮤직 페스티벌의 대명사로 정의되었습니다.

이렇듯 닥터마틴은 오랜시간에 걸쳐 하위문화의 중심에서 자아표현의 상징으로 여겨졌는데요. 브랜드가 탄생한지 63년째를 맞은 지금까지도 개성과 독창성을 대변하며 나이, 국적, 성별에 한계 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Fake 제보 사례

닥터마틴의 디자인은 크게 '1460 부츠', '1461 슈즈', '2976 첼시 부츠' 3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 3가지 상품은 닥터마틴의 핵심 실루엣으로, 대부분의 제품이 해당 실루엣을 조금씩 변형한 형태로 제작되었죠. 그중 닥터마틴의 아이콘 제품으로 볼 수 있는 1460 부츠는 공장을 열고난 뒤 부츠를 처음 만든 날짜인 '1960년 4월 1일'에서 이름을 딴 부츠로, 매우 상징적인 제품인데요. 1460 라인은 최근 1년간 무신사에서 2,000족 가까이 판매되며 여전히 식지 않는 인기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국내 A 오픈마켓에서 '마틴워커' 라는 이름으로 판매 중인 1460 라인의 카피 상품입니다. 1460 8홀 나파와 벡스, 제이든의 디자인을 짜깁기한 것으로 추정되는 해당 상품은 1460 라인을 연상케 하는 실루엣은 물론, 닥터마틴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옐로 컬러 스티치가 눈에 띄었는데요. 아일렛 홀의 개수도 8개로 동일하였으며, 아웃솔 무늬까지 비슷하게 흉내 낸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정품과 좀 더 자세히 비교해 보니, 이중 박음질로 퀄리티를 높인 정품과 달리 정교하지 못한 박음질과 엉성한 마감 처리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이외에도 전혀 다른 무늬가 프린팅 되어 있는 힐 탭 고리, 'MADE IN CHINA'가 적혀있는 아웃솔, 정품에 없는 레이스키퍼가 부착되어 있는 점에서 정품과 차이를 보였습니다. 판매 가격 또한 정품가가 26만 원 ~ 30만 원으로 형성되어 있는데 비해, 카피 상품의 판매가는 34,000원으로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책정되어 있었습니다.





해당 카피 상품 판매처의 후기를 살펴보면 ‘닥터마틴과 비슷하다.’, ‘괜히 20만 원씩 들여 살 필요 없다.’, ‘닥터마틴과 비슷하지만 가격이 저렴해서 가성비가 좋다.’라는 내용이 다수였는데요. 소비자들이 닥터마틴의 카피 상품이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저렴한 가격에 현혹되어 카피 상품을 구매하고 있는 정황을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

옐로 스티치, 힐탭 고리… 닥터마틴을 이루는 DNA와 그것을 지키기 위한 노력

앞선 이야기에서 짐작할 수 있듯 닥터마틴은 브랜드 헤리티지를 매우 중요시 여기는 브랜드입니다. 닥터마틴의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한 인터뷰에서 ‘헤리티지는 현재 디자인의 핵심 프로세스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것이다.’라며, ‘닥터마틴의 본질적인 요소들은 오늘날 이 자리에 있게 해준 것이기에 그 부분을 존중하기 위해 노력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오리지널 1460 부츠와 현재의 제품을 비교하면 거의 같은 신발이라고 보일 정도로 유사합니다. 닥터마틴이 지난 60여 년간 브랜드 헤리티지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세심히 노력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닥터마틴은 브랜드 헤리티지를 수호하기 위해 소송을 불사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닥터마틴의 디자인을 베껴 판매하고 있는 중국 패션 브랜드 쉬인을 상표권·지식재산권 침해로 고소하기도 하였으며, 최근에는 일본의 한 업체가 1460 라인 디자인을 카피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보고 부정경쟁방지법으로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일본 재판부는 노란색 실을 의도적으로 바깥에 노출한 것, 검정 가죽과 노란색 실을 대비한 것이 닥터마틴이 독점적으로 사용해온 디자인이라고 보고, 광고나 SNS 등의 상품소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닥터마틴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카피 상품을 제작하고 유통하는 것은 고유 자산을 지켜나가려는 브랜드의 노력을 짓밟는 행위입니다. 구별하기 어려운 디자인 카피 상품, 각별한 주의와 더불어 정식 유통판매처를 이용하세요! 상품의 제작-유통-판매 전 과정에서 카피 상품의 유통이 근절되는 순간까지, 페이크네버 캠페인은 지속적으로 디자인 카피 상품 근절을 위해 힘쓰겠습니다. 여러분도 함께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