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카피 피해를 경험한 브랜드들의 솔직한 이야기, 네 번째 브랜드는 바로 르빠노 입니다.

르빠노는 2012년에 론칭된 국내 최초 핸드메이드 하드케이스 백팩 브랜드인데요. 미니멀하면서도 고급스러운 프렌치 무드의 디자인과 뛰어난 실용성으로 아이부터 성인에게까지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오늘은 써니플레이스의 김지선 대표를 만나, 대표 브랜드 르빠노의 디자인 카피 상품 피해 사례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Q1. 대표님, 안녕하세요. 르빠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프리미엄 백팩 브랜드 ‘르빠노’의 김지선 대표입니다. 회사명은 써니플레이스이고, 본 회사의 대표 브랜드가 르빠노입니다. 2009년부터 의류 수입 및 판매를 통해 써니플레이스를 운영해오며, ‘나만의 유일한 디자인과 브랜드가 있어야 롱런할 수 있다’는 절실함으로 3년 동안 노력한 결과, ‘르빠노’라는 사랑스러운 브랜드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브랜드 탄생 비화에 대해 좀 더 풀어보자면, 어느 날 길거리를 걷다가 이정표를 보았는데, 우리에게도 이러한 이정표가 있으면 길을 헤맬 이유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침 불어로 이정표가 ‘르빠노(Le Panneau)’길래, ‘행복을 안내해 주는 이정표 같은 브랜드가 되어보자!’라는 무언가에 홀린 듯한 황홀한 기분으로 브랜드명을 ‘르빠노’라고 짓게 되었습니다.

Q2. 브랜드의 대표 디자인을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아무래도 많은 분들이 르빠노의 대표 디자인으로 우체통을 닮은 가방을 떠올리실 텐데요. 이 우체통 모양의 가방은 제가 프랑스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당시, 길거리의 작고 귀여운 노란 우체통을 보고 영감을 받아 탄생한 디자인입니다. 우체통을 본 순간 ‘집을 나설 때, 우체통에서 날아온 기쁜 소식을 듣는다면 하루가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이를 계기로 르빠노를 메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지고, 또 넘치는 행복을 다른 이에게 전달해 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우체통을 닮은 백팩을 디자인하게 되었습니다.

행복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저희 르빠노의 백팩은 소재를 비롯해 전체 공정이 100% Made in Korea로, 한 땀 한 땀 섬세한 장인의 손길을 거쳐 제작되고 있습니다. 장인의 손길에서 탄생한 르빠노 가방은 가볍고 견고한데다가, 유니크하면서도 심플하여 신학기 초등학생 아이들의 입학 선물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캐주얼룩뿐만 아니라, 직장인을 위한 비즈니스룩에도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어깨 끈 탈부착이 가능한 ‘르빠노 코코’ 스타일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Q3. 디자인 카피 상품 판매 사실은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사실 저희는 꾸준히 브랜드 모니터링을 진행해왔는데요. 최근 학교폭력을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주인공 박연진의 딸 하예솔이 다니는 명문 사립 초등학교 가방으로 르빠노 백팩이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해당 드라마가 넷플릭스 랭킹 1위를 차지하며 큰 인기를 끌자, 국내 및 해외에도 저희 르빠노 가방이 많이 알려지게 되었죠.





그런데 지난 3월, 더 글로리 시즌 2가 공개된 당일, 모니터링 차원에서 포털 사이트들을 검색해 보니 저희 디자인을 그대로 도용한 중국산 디자인 카피 상품이 여러 오픈마켓에서 유통되고 있는 정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카피 상품이 마치 드라마에 나온 제품인 것처럼 드라마 제목을 무단으로 표기하며 소비자들을 혼동시켰을 뿐만 아니라, 일부 사이트에서는 저희가 프랑스에 가서 직접 촬영한 르빠노 제품 화보 컷을 그대로 사용하며 카피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큰 충격이었죠.

Q4. 그 사실을 접하셨을 때 어떻게 대처하셨나요?

디자인 카피 상품을 발견하고 나서, 정말 다양한 시도를 해 본 것 같아요.

우선 오픈마켓에 연락하여 판매자에게 판매 중단을 요청했습니다. 각 오픈마켓 별로 일일이 디자인 및 이미지 도용 등의 사정을 설명하고 즉시 판매 중지를 요청한 것이죠. 하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추가로 요구하는 증빙서류가 많은 데다가, 일부 판매처는 법원 판결문 등과 같은 행정기관의 결정문을 요구하고 있어 저희가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었습니다. 판매 중단 요청을 수차례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답변이 없거나, 이미 제출한 서류를 다시 제출하라는 등의 무성의한 답변도 이어졌어요.

그뿐만 아니라 도용 당한 화보 컷들 속 모델의 초상권이 침해되어 초상권 침해로도 신고를 진행했으나, 역시 경찰에 신고하라는 답변만 받을 수 있었습니다. 혹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바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이 또한 초기 조사에만 1~2개월 이상 소요된다고 하더라고요.

할 수 있는 건 뭐든 해보자 하는 심정으로 KOTRA 및 변리사를 통해 카피 상품 수입 금지 신청 등의 방법도 알아보았는데요. 수입 금지 신청은 1건 당 4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갈뿐더러, 다른 업자가 새로 카피 상품을 유통하는 경우 다시 추가로 비용을 지불하고 신청을 진행해야 되는 등 저희가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던 중, 저희의 사정을 캐치한 기자분이 이 상황을 취재하여 신문 기사를 써 주셨어요. 그러자 오픈마켓들이 하나둘씩 카피 상품 판매를 중단하기 시작했죠. 아직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현재는 이 덕분에 한시름 놓은 상태입니다.

Q5. 디자인 카피 상품이 가장 많이 보이는 곳이 어디인가요?

우리나라에서 검색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대적이기도 하고, 디자인 카피 상품들이 드라마 ‘더 글로리’ 제목과 등장인물인 ‘예솔이’ 키워드를 사용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A 오픈마켓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실제로 디자인 카피 상품을 처음 발견한 유통채널이 A 오픈마켓이기도 하고요.

Q6. 해당 유통처가 피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는데, 어떤 조치가 취해져야 브랜드 사업 전개에 도움이 될까요?

우선 오픈마켓 측에서는 거짓 신고로 인한 판매자의 사업 방해를 우려하여 신중하게 대처하다 보니 조치가 늦어진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늦어지는 조치 기간 동안 디자인 카피 상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은 이미 금전적으로 이득을 본 뒤 다 빠져나가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정품 브랜드들만 큰 손해를 안게 되죠. 특히 패션 업계는 트렌드나 이슈가 있을 때 적절한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생명인데, 조치가 지연되면 이 모든 것을 다 놓쳐버리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에요.

그래서 차라리 ‘판매금지 공탁금(금전적인 분쟁을 대비해 법적으로 맡겨두는 돈)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판매금지를 신청하는 브랜드는 공탁금을 걸고, 해당 상품의 정가품 여부에 따라 부당한 판매금지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판매금지를 당한 오픈마켓 등의 업체가 피해 보상의 개념으로 해당 공탁금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이렇게 하면 거짓 신고로 인한 판매자의 사업 방해 우려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권리를 가지고 있는 브랜드 역시 빠른 단속을 할 수 있게 되므로 선량한 판매자와 브랜드 모두를 보호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한 오픈마켓 자체적으로 단속된 디자인 카피 상품의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한 곳에서 판매가 금지된 상품은 타 오픈마켓에서도 신속하게 판매 중단 처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지금처럼 오픈마켓 별로 디자인 카피 상품 판매 중단 요청을 일일이 다시 해야 되는 방식은 브랜드 측의 피해를 키울 뿐만 아니라, 오픈마켓 측에도 업무 과부하로 인해 신속한 대응을 어렵게 하는 원인으로 보이거든요. 이처럼 오픈마켓 측이 이 문제에 대해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고 빠른 대처를 해준다면, 디자인 카피 상품의 유통을 보다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7. 마지막으로 디자인 카피 상품 판매/유통 업체 혹은 소비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디자인 카피 상품의 범람에 대해 흔히 중국의 생산자를 욕하지만, 저는 그 못지않게 디자인 카피 상품을 유통하는 국내 유통업자들도 책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중국 업체들이 한국의 오픈마켓에 직접적으로 디자인 카피 상품을 유통하기가 어려울뿐더러, 한국인들이 본인의 이익을 위해 중국에서 생산된 디자인 카피 상품을 국내에 유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얼마 전, 이번 일로 저희가 경찰서에 고소한 업체로부터 이메일 한 통을 받은 적이 있는데요. 이메일에는 “가계가 어려워 부업으로 물건을 파는 과정에서 가짜인 줄 모르고 디자인 카피 상품을 유통한 것이다.”라는 말과 함께 선처를 요구하는 내용이 적혀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홈페이지에 공개된 화보 컷을 무단 도용하며 디자인 카피 상품을 판매 중이던 해당 업체의 정황을 살펴보면, 도저히 디자인 카피 상품임을 모르고 이를 판매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이처럼 저는 국내 유통업자들이 본인의 이익을 위해 디자인 카피 상품을 들여와 판매하고 있는 점이 현재로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유통업자들에 대한 단속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행복과 희망의 메시지를 백팩에 담아낸 르빠노. 모든 공정이 국내 가방 장인들의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행복 우체통을 닮은 르빠노의 백팩은 고유한 디자인을 인정받아 현재는 디자인 등록까지 되어있는 상태인데요.

드라마 ‘더 글로리’에 출연한 이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지만 이러한 인기를 방증하듯 디자인 카피 상품 판매 및 화보 컷 무단 사용 등이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아직까지도 르빠노는 카피 상품에 주의를 기울여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으며, 모니터링 시 계속 발견되는 디자인 카피 사례 때문에 많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데요. 일부 개인의 이익을 위해 제작 및 유통, 판매되는 디자인 카피 상품으로 인한 피해를, 온전히 브랜드가 감당해야 되는 현실이 과연 옳다고 볼 수 있을까요?

디자인 카피 상품의 제작-유통-판매 과정이 모두 사라지는 순간까지, 페이크네버 캠페인은 써니플레이스 그리고 르빠노와 함께 디자인 카피 상품 근절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도 함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