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를 아우르는 가죽 디자인, 보테가 베네타의 인트레치아토 기법

가로 세로로 엮은 격자 디자인만으로도 뚜렷한 정체성을 드러내는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보테가 베네타는 1966년, 가죽 장인이 많기로 유명한 이탈리아 비첸자 지역 출신의 미켈레 타데이(Michele Taddei)와 렌초 첸자로(Renzo Zengiaro)가 설립한 패션 브랜드입니다. 10대 초반부터 가죽 재단 기술을 배우던 둘은 최상급 가죽 제품을 만들자는 일념 하에 합심하여 가죽 공방을 차렸는데요. 이 가죽 공방이 오늘날 보테가 베네타의 시작이었습니다.

미켈레 타데이와 렌초 첸자로는 가죽 공방을 운영하며 ‘인트레치아토(Intrecciato)’ 기법을 적용한 다양한 제품들을 출시했습니다. 이탈리아어로 ‘땋는다’라는 뜻을 갖고 있는 만큼, 인트레치아토 기법이 적용된 제품들은 길게 잘린 가죽끈이 서로 교차되어 엮인 격자 패턴을 띄고 있는데요. 인트레치아토 기법을 활용한 격자 디자인은 곧 보테가 베네타의 상징이 되었고, 뛰어난 내구성과 절제미로 브랜드 로고 없이도 상류층 소비자들을 사로잡았습니다.

이렇듯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한 보테가 베네타는 미국 시장으로 진출을 시도했는데요. 하지만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가죽을 엮어야 되는 인트레치아토 기법의 특성상 제품 생산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사업 확장의 한계에 부딪힙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두 창립자 모두 브랜드를 떠나게 되며 보테가 베네타는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을 잃고 위기를 맞이하게 되죠. 그러다 2001년, 구찌 그룹이 보테가 베네타를 인수하고 수석 디자이너로 독일 출신의 토마스 마이어(Tomas Maier)를 기용하며 보테가 베네타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보테가 베네타에 영입된 토마스 마이어는 브랜드의 원래 정체성을 되찾는 일에 몰두했습니다. 그는 과거 미켈라 타데이와 렌초 첸자로가 브랜드를 운영했을 때처럼, 모든 제품에 로고를 없애고 인트레치아토 기법을 적용시켰죠. 그 결과 보테가 베네타는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기 시작했는데요. 2019년부터는 영국 출신 디자이너 다니엘 리(Daniel Lee)가 굵은 짜임의 인트레치아토 기법을 선보이며 보테가 베네타가 추구해 온 디자인 전통을 현대적으로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계승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그의 시도는 젊은 세대를 사로잡았으며, ‘뉴 보테가’라는 애칭이 붙을 만큼 큰 팬덤을 형성했습니다.

Fake 제보 사례

보테가 베네타에는 인트레치아토 기법이 적용된 다양한 제품들이 있는데요. 시그니처 라인인 카세트 벨트 백은 인트레치아토 기법으로 가죽을 굵게 엮어서 만든 직사각형 모양의 가방입니다. 현재 그레인 가죽, 양가죽, 소가죽 등 다양한 소재와 색상으로 변주되어 출시되고 있는데요. 로고 없이 가죽 꼬임과 통통 튀는 감각적인 색상만으로도 미니멀함과 절제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디자인입니다.

이러한 카세트 벨트 백 라인 중 하나인 ‘그레인드 레더 미니 카세트 벨트백’은 질감을 그대로 살린 버팔로 그레인 가죽이 적용된 제품인데요. 보테가 베네타만의 매력적인 초록색을 지칭하는 ‘패러킷’ 색상에, 사이즈가 작아 어깨에 밀착하여 메거나 허리에 벨트로 두르기 좋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가방 내부에 한 개의 추가 포켓이 있어 미니 사이즈임에도 불구하고 실용성이 높으며, 뛰어난 마감 처리로 제품 자체의 완성도도 높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위 사진은 국내 A 오픈마켓에서 ‘여성 스퀘어 크로스 벨트…’로 판매 중인 그레인드 레더 미니 카세트 벨트백의 디자인 카피 상품입니다. 정품의 인트레치아토 가죽 기법과 디자인을 유사하게 따라 했으나 표면이 정갈하지 못하고 울퉁불퉁했으며, 바느질과 마감도 고르지 않았습니다. 또한 정품과 달리 내부 포켓이 없고 가죽 군데군데 스크래치가 나 있기도 했는데요. 다른 점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가죽과 동일한 색상의 자석 부자재를 사용한 정품과 달리 디자인 카피 상품은 금속 재질의 부자재를 사용했으며, 정품은 가방끈에 길이 조절을 위해 15개의 구멍이 뚫려 있는데 비해 디자인 카피 상품은 7개만 뚫려 있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가품은 흉내 낼 수 없는 보테가 베네타 인트레치아토 기법에 담긴 무형의 가치-

브랜드 론칭 초반부터 이어져 온 인트레치아토 기법을 계승함으로써 전 세계를 사로잡은 보테가 베네타. 인트레치아토 기법은 공수가 많이 들고 제작 과정이 어려워 과거에는 불법 카피가 어려웠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현재는 그마저도 교묘하게 따라 한 불법 복제품이 여러 유통처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23년 5월에는 보테가 베네타 카피 제품을 팔던 판매업자가 기소되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기도 했죠. 디자인 카피는 브랜드가 지켜 온 오랜 디자인 전통을 무시하고, 해당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들인 수많은 장인들의 노력을 짓밟는 행위입니다.

구별하기 어려운 디자인 카피 상품, 각별한 주의와 더불어 정식 유통판매처를 이용하세요! 상품의 제작-유통-판매 전 과정에서 카피 상품의 유통이 근절되는 순간까지, 페이크네버 캠페인은 지속적으로 디자인 카피 상품 근절을 위해 힘쓰겠습니다. 여러분도 함께해주세요.